오랫만에 묵직하면서 시원, 통쾌, 유쾌발랄한 영화를 봤다.
액션에 뛰어난 감독으로만 알던 류승완 감독의 재발견이다.
여배우 없이 황정민, 류승범, 류해진 세사람의 연기력으로 끌고 가는 구조도 탄탄하다.
오적(五賊)은 김지하 시인이 1970년 <사상계>라는 잡지 5월호에 발표한 장장 300여행의 담시(譚詩)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빗대 시대의 똥침을 날린 시다.
이후 기관에 불려가 피똥을 싸는 것은 시인이었다...ㅠㅠ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乙巳五賊) 이완용 등과 동급으로 비교했으니 높으신 분들이 얼마나 화가 났겠는가?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겄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길 하나 쓰것다.
..........
첫째 도둑 나온다 재벌이란 놈 나온다
귀뜀에 정보얻고 수의계약 낙찰시켜 헐값에 땅샀다가 길뚫리면
한 몫잡고
천(千)원 공사(工事) 오원에 쓱싹, 노동자임금은 언제나 외상외상
둘러치는 재조는 손오공할애비요 구워삶는 재조는 뙤놈술수 빰치겄다.
또 한놈 나온다.
국회의원 나온다.
손자(孫子)에도 병불(兵不) 후사, 치자즉 도자(治者卽盜者)요
공약즉 공약(公約卽空約)이니
우매(遇昧)국민 그리알고 저리멀찍 비켜서랏, 냄새난다 퉤 -
골프 좀 쳐야겄다.
셋째놈이 나온다 고급공무원 나온다.
되는 것도 절대 안돼, 안될 것도 문제 없어, 책상위엔 서류뭉치,
책상밑엔 지폐뭉치
높은 놈껜 삽살개요 아랫놈껜 사냥개라, 공금은 잘라먹고 뇌물은 청(請)해먹고
내가 언제 그랬더냐 흰구름아 물어보자 요정(料亭)마담 위아래로
모두 별탈 없다더냐.
넷째놈이 나온다 장성(長猩)놈이 나온다
부속 차량 피복 연탄 부식에 봉급까지, 위문품까지 떼어먹고
배고파 탈영한놈 군기잡자 주어패서 영창에 집어놓고
열중쉬엇 열중열중열중쉬엇 열중
마지막놈 나온다
장차관이 나온다
예산에서 몽땅먹고 입찰에서 왕창먹고 행여나 냄새날라 질근질근 껌씹으며
켄트를 피워물고 외래품 철저단속 공문을 휙휙휙휙 내갈겨 쓰고나서
어허 거참
달필(達筆)이다.
추문듣고 뒤쫓아온 말잘하는 반벙어리 신문기자 앞에 놓고
일국(一國)의 재상더러 부정(不正)이 웬말인가 귀거래사(歸去來辭)
꿍얼꿍얼,자네 핸디 몇이더라?
.......
꾀수는 그길로 가막소로 들어가고
오적(五賊)은 뒤에 포도대장 불러다가
그 용기를 어여삐 녀겨 저희집 솟을대문,
바로 그곁에 있는 개집속에 살며 도둑을 지키라하매,
포도대장 이말듣고 얼시구 좋아라
지화자좋네 온갖 병기(兵器)를 다가져다 삼엄하게 늘어놓고 개집속에서 내내 잘살다가
어느 맑게 개인날 아침, 커다랗게 기지개를 켜다 갑자기
벼락을 맞아 급살하니
이때 또한 오적(五賊)도 육공(六孔)으로 피를 토하며
꺼꾸러졌다는 이야기. 허허허
이런 행적이 백대에 민멸치 아니하고 인구(人口)에 회자하여
날같은 거지시인의 싯귀에까지 올라 길이 길이 전해오겄다.
원문이 워낙 길어 내용을 생략 짜찝기 한 것을 용서하시라...ㅠㅠ
지금의 시대상황하고는 조금 달라졌지만...
권력집단에 대한 통쾌한 똥침을 날린 저항시다.
비판과 도전이 거부 당하는 시대...
이제는 포도대장이 오적을 넘어서 오히려 권력의 으뜸이 되버린 시대...
민주화 이후 오히려 인권이 유린 당하는 시대...
모 광고 CF마냥 '참 좋은데...말하기도 그렇고...'
'참 나쁜데...이건 아닌데...말하기도 그렇고...'
이러한 시기에 2010년대의 새로운 오적시가 나타났다.
'부당거래'
영화내용을 쓰면 스포일러일 수 있으므로 내용은 생략...^_^
너무나 현실적인 묘사로 풍자라 하기에 오히려 머쓱한 영화다.
지역유지, 재벌, 권력과 언론의 밀착...
지금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재진행형 비리들이다...
모두 눈 감고 큰소리 치지 못하는 시대에
시원한 똥침을 날린 것 같아 즐거운 영화였다.
오버하지 않고 자연스러우면서 능청맞기도 하고, 비굴하기도 한
최철기 형사반장역의 황정민의 연기력에 감탄한다.
시간을 내서 찾아볼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