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6일 토요일

고통을 이겨내는 법...삶의 의미 찾기

1949년, 당시 프랑스 국회 상원의원이었던 아베 피에르(Abbe Pierre, 1912~2007) 신부는 자신의 담당 관할지를 산책하던 중 목을 매고 죽으려는 전직 목수를 만난다.

죽으려고 하는 그 사람을 붙잡고 피에르 신부는 "죽는 것은 좋지만, 그 전에 나와 함께 집 없는 사람들 집이나 만들어 주고 나서 죽으라."고 말한다.

목수는 자기보다 더 비참한 상태에 놓여 있는 이들을 도와 그 고통을 나누어 짊으로써 스스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마침내 자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엠마우스(Emmaus) 공동체'의 시작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엠마우스 공동체' 보다는 전 미국대통령이었던 지미카터가 참여한 '해비타트'가 더 알려져 있지만 둘다 같은 운동이라 할 수 있다.

1976년 밀라드와 린다 풀러 부부에 의해 설립된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는 1984년 전직 미국 대통령이었던 지미카터가 적극 참여함으로써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재직시절에는 그리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지미카터가 퇴직 이후에 오히려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된 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경부터 '사랑의 집짓기 운동'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피에르 신부가 시작한 엠마우스는 현재 44개국에 자리 잡았고 400여 개의 공동체가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세가지 원칙을 지킨다.

첫째, 먹을 것은 스스로 노동해서 번다.

둘째, 모든 것은 함께 나눠 가진다.

셋째, 멸시받고 소외받는 주변인들인 그들은 베푸는 사람이 되는 사치를 누리기 위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정도 이상의 노동을 한다.

 

피에르 신부와 전직목수 자살미수자 조르주와의 대화다.

"당신의 이야기는 정말 딱합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해 줄 게 하나도 없습니다.

내 가족은 부유하지만 나는 수도자가 되면서 모든 유산을 포기했습니다. 난 한 푼도 없습니다.

의원으로서 월급은 받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게 찾아와서 그들의 딱한 사정을 호소하기에 그들에게 작은 집이라도 세워 주다 보니 오히려 빚까지 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신께 줄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죽기를 원하고 있으니 거치적거릴 것이 하나도 없겠군요.

그렇다면 집이 지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이 집짓기가 빨리 끝날 수 있도록 죽기 전에 나를 좀 도와주지 않겠소?"

 

조르주는 그러겠다고 한다. 그는 인생 낙오자였는지 몰라도, 신부가 집을 지을 때 그를 도와 나무판자를 나르는 데는 쓸모가 있었다.

그일은 그의 인생에 다시금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신부님께서 제게 돈이든 집이든 일이든 그저 베푸셨다면 아마도 저는 다시 자살을 시도했을 겁니다.

제게 필요한 건 살아갈 방편이 아니라 살아갈 이유였기 때문입니다."

그 후 그는 자신보다 더 가난하고 불행한 이들을 도우며 살아간다.

 

 

"타인들 없이 행복할 것인가, 아니면 타인들과 더불어 행복할 것인가. 혼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타인과 공감할 것인가.

공허한 말에 만족하지 말고 사랑하자.

그리하면 시간의 긴 어둠에서 빠져나갈 때, 모든 사랑의 원천에 다가서는 우리의 마음은 타는 듯 뜨거우리라."

 

엠마우스 운동의 공동체들은 종교나 종파와는 무관하다.

그들은

"신자예요? 교회에 다닙니까?"라고 묻지 않는다.

"좌파예요? 우파예요?"라고도 묻지 않으며,

"진보예요? 보수예요?"라고도 묻지 않는다.

처음 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저

"배고프세요? 졸립니까? 샤워하실래요?" 하고 물을 뿐이다.

 

대한민국 정치와 복지에 대한 해답이다.

 

 

2010년 6월 15일 화요일

아름다운 마무리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의 과정에서, 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하고 묻는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하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은 일의 결과,

세상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어

자신의 순수 존재에 이르는 내면의 연금술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살아온 날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것,

수많은 의존과 타성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 서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

 

법정스님의 말씀이 가슴에 절절히 와닿는 오후시간이다.

 

타인에 상처를 주고,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힘들다...

 

행복할 때는 행복에 매달리지 말라.

불행할 때는 피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라.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 바라보라.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라.

 

그러나 불행과 고난의 시기에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오늘의 역경은 하늘이 나에게 보다 큰 임무를 맡기기 위해 미리 보내는 것'이라는 맹자님 말씀이 맞기를 바라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