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0일 화요일

놀라운 임재범, 준비된 깜짝 여신 차지연에게 박수를

토요일, 일요일 이른바 황금 시간대에 TV를 안본지 오래되었는데,

최근에 기다려지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나는 가수다'

논란 끝에 재개된 프로그램에서 임재범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물건을 팔든, 홍보를 하든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시대에 임재범은 스토리가 된다는게 강점이다.
살아온 인생과 가정환경, 거칠은 목소리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요소가 많다.

첫회의 '너를 위해'는 그의 가족과 엮여서...
딸을 둔 아빠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아빠의 노력이 보여서...
힘든 사정에 있는 아내들에게는 용기를 주려는 남편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두번째 '빈잔'은 남진이 부른 트로트이다.
술먹으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트로트를  많이 부르지만, 평상시는 은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 한 때 음악에 빠져 지내보기도 했지만,
음악에 쟝르 구분이나 수준을 논하는 것은 정말 부질 없는 짓이다.

'어차피 인생은 빈 술잔 들고 취하는 것'
쐬주 한잔에 마음을 찌르는 가사면...최고다.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도 무의미하다.

밥딜런(Bob Dylan)이나 에릭클랩튼(Eric Clapton)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기준으로 보면 노래를 잘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의 노래에 묻어 나오는 진한 감동은 어느가수 보다 훌륭하다.

'빈잔'을 부른 임재범을 높이 사고 싶은 이유는 도전정신과 노력이다.

1960년대 전세계를 장악했던 세계의 스타 비틀즈(Beatles)도 한창 잘 나갈 때 사랑노래나 부르는 한심한 그룹이라는 밥딜런의 얘기를 듣고, 충격을 먹고 새로운 가사를 쓰기 시작했고...

사운드가 정체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 과감하게 인도 음악을 접목하고, 계속적으로 실험 음악을 시도 했다.

트로트를 한국적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으로 재해석한 임재범의 도전 정신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시나위 시절 '크게 라디오를 켜고'를 목소리 크게 외치던 임재범이나, '고해'를 부르던 임재범이나, 드라마 OST를 부르는 임재범이나, 트로트 '빈잔'을 부르는 임재범은 같은 임재범 이지만 각각의 맛은 다른 것이다.
그동안 살아가면서 인생의 경험이 묻어나고, 그게 목소리에 얹혀져서 새로운 감정의 노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에릭클랩톤의 기타소리가 사랑을 갈구하던 젊은 시절의 'Layla'와 자식을 잃어버린 뒤의 'Tears in heaven'이 다른 것 처럼 말이다.

프로 가수들에게 원하는 것은 똑부러지고, 예쁜 노래 부르기가 아니다.
자기만의 색깔로 어떻게 재해석 하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받아들이는 것은 청중들의 몫이지만...

박정현이 1위를 한 것은 청중들이 원하는게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누가 우월하다는 평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

대중이 원하고, 흥겨우면 좋은게 음악 이니까...

일부러 고상한 척 점잖빼고 듣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아무리 좋고, 훌륭한 정책도 마찬가지다.
대중이 원하지 않으면 한발 물러설 필요도 있는 것이다.
고집 부리지 말고...

환상적인 목소리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뮤지컬 배우 차지연...

알고보니 준비된 스타다.

이미 뮤지컬계에서는 꽤 유명한...

역시 공중파 방송의 위력은 아직 살아있는 것 같다. ㅎㅎ

잠깐 얼굴이 비친 것에 비하면 놀라운 미친 존재감을 보여줬다.

물론 외모도 한 몫 한 것 같고...

그녀의 여신과도 같은 환상적인 목소리는

'Ocean Gypsy'란 노래로 국내에 알려진 영국의 유명한 프로그레시브락 밴드 르네상스(Renaissance)의 보컬 애니 헤슬럼(Annie Haslam)에 못지않다.


고등학교 때 대전에서 상경하여 안해본게 없을 정도로 고생한 끝에 뮤지컬 가수의 꿈을 이룬 그녀 역시 스토리가 있는 인생이다.

'노력''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열정'과 '끼'는 덤인 것 같다. ㅎㅎ


Ashes are burning - sung by Renaissance(1973)

* 참고로 애니 헤슬럼(Annie Haslam)은 5옥타브의 음역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성악가 출신으로 르네상스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했으며, 싱어송라이터로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녀는 낭만적이고 몽환적인 르네상스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1년 5월 2일 월요일

감히 김연아 해설을 못하는 이유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ㅎㅎ 홍길동 얘기가 아니다...

오랜 기간 공백을 딛고 김연아 선수가 컴백했다.
한층 화려하고 성숙된 플레이가 돋보이는 경기를 펼쳤다.


큰 산을 정복하고난 후의 허탈함과 기대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낸 것만해도 칭찬할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김연아선수는 지적을 하기에는 너무 큰 인물이 되어버렸다.
그것이 빙상계가 되었든, 방송계가 되었든...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 선수는 쇼트프로그램에서 한번, 프리에서 2번의 점프를 완성하지 못했다.
쇼트에선 그나마 해설에서 안타까움을 표했지만...
프리에선 두번의 아쉬운 점프상황에서 묵묵부답의 해설...

다른 언론에서 보도한 이 정도의 해설은 방송해설 당시에 이루어졌어야하지 않았을까?

"전날 쇼트프로그램 중 러츠 점프에서 평소 보기 힘들었던 실수를 한 탓에 65.91점으로 0.33점 차이의 아슬아슬한 선두를 지켰던 김연아는 이날도 점프 실수에 땅을 쳤다.
또 좋은 점프를 뛰고도 가산점이 다소 낮게 주어진 탓에 점수를 더 끌어올리지 못했다.
전날 실수했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1점)에 재도전한 김연아는 완벽한 점프로 수행점수(GOE)를 1.6점이나 받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김연아는 그러나 이어진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5.6점)에서 뒷 점프를 1회전으로 처리해 기본점이 4.6점으로 깎였고, 트리플 플립(기본점 5.3점)까지 1회전으로 처리해 기본점 0.5점밖에 얻지 못했다. "

감히 얘기하지 못하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친이계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친박계는 박근혜 의원에게...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에게...
친노그룹은 유시민 대표에게...

정치권에서는 이미 현재권력과 미래 권력에 가까운 인물들에게 감히 얘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쓴소리를 할 그럴 배짱을 지닌 인물 조차 없다.
과거 대권주자나 대통령이 된 분들은 대부분 당시 권력에 저항하거나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분들이다.
유일하게 권력에 순응하고 물려 받은 노태우 대통령 정도를 빼면...
참모들 중에 민심의 흐름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거라 본다.
그런데 왜? 민심을 따르는 행보들을 못하는가?

권력기관은 삼성에게...

국세청, 검찰, 금감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기업에 엄격해야할 기관들이 대기업에 친화적으로 변한지는 오래되었다.
방송과 신문이 장악된지는 더 오래고...
광고 없이는 존재하지 못하는 미디어의 속성상 언론은 그렇다치더라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들 마저 엄정함을 잃어서는 안되는데...
퇴임 후 일자리를 걱정하고, 직위를 물러 나서의 수입을 생각해서는 감히 얘기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공무원들 우스개 소리로 대기업 프로젝트 하나만 눈 감고 밀어주면, 퇴직 후 사장자리와 억대 연봉을 보장해 준다는데...
누가 박봉에 욕 먹어가며 고생하겠는가?
그동안 기업은 수천억의 이익을 챙기는데 그깟 몇십억 봉급 정도야...

이런 눈치와 저런 눈치가 어우러져서 싫은 소리가 나오지 못하면 건강한 사회가 되기 어렵다.

물론 쓴소리를 하기는 어렵다.

'위대한 탄생'이라는 모 방송국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도 점점 멘토라고 하는 심사위원?들의 쓴소리가 사라져 가고 있다.
참가자들의 실력이 늘어가는 것도 한 이유지만, 이른바 독설에 대한 부담감이 점점 커지고, 그것을 의식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건강하고 건전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칭찬만 난무해서는 안된다.
때로는 독설과 쓴소리, 견제와 비판이 있어야 한다.

김연아선수의 어제 방송해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감히 얘기하지 못하는' 분위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서 넋두리를 해봤다.

'몸에 좋은 약일수록 쓰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되새겨 보아야 할 시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