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7일 화요일

산이 무섭다

                                    

                                  山

                                MOUNTAIN

 

 

                 산은 참 많은 가르침을 준다.

 

 

험준한 봉우리나 계곡을 치고 오르고...

 

산의 정상(peak)을 겁없이 오르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절정(peak)에 이를 즈음...

 

흔히 말하는 피크타임에...

 

경고를 한다.

 

경솔하지 말고,

 

건방 떨지 말고,

 

신중하고, 조심하라고...

 

거의 매주 수도권 산행을 하면서 산 타는 것이 익숙해지니

왠만한 바위나 암벽은 릿지를 하기 시작하고...

 

험한 봉우리를 앞에 두고 모험을 할 것인지, 우회를 할 것인지

결정할 때면 모험의 길을 걸어간다는...

 

(인생살이 역시 모험을 시도할지 안전한 우회의 길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할 때가 많다. )

 

남들이 안가는 오지탐험도 즐기고...

 

2010년 12월 5일 일요일

 

안개가 잔뜩 끼인 흐린날이다.

 

날씨는 포근하지만 왠지 눈이 내릴듯한 어두침침한 그런...

 

바위가 미끄럽다.

 

무시한다.

 

그동안 바위에 쩍쩍 붙는다는 릿지 겸용 등산화를 믿고

잘도 암벽을 탔다.

비록 가벼운 암릉, 암벽이지만...

시루떡, 비봉, 545북면, 칼바위, 파이프능선, Y계곡 등등...

 

연인길이 시작되는 물꼬샘 주변...

완만한 계곡 바위에 이끼가 잔뜩 올랐다.

 

 

사진기를 꺼내고 발을 옮기는 순간 몸이 하늘을 날랐다.

꽈당...

 

배낭을 메고 있지 않았다면 뇌진탕감이다.

십년감수하고 몸을 추스린다.

 

연인들이 손잡고 데이트하기 좋은 오솔길이라 이름 붙여진 연인길...

너무 평범하고 호젓한 산길이다.

 

이런 길에서도 갑자기 흙이 푹 꺼진다.

두번째 경고다. ㅠㅠ

한쪽 발의 중심을 잡지 못했으면 계곡으로 구를뻔했다.

 

545봉에서 식사를 하고, 숨은벽 능선을 넘어 바람골을 치고 오른다.

북한상에서 가장 험하다는 염초능선이다.

 

염초봉 우회길을 찾으려다 시간이 늦어 염초골로 하산한다.

북한산 계곡길 중 초겨울에 찾지말아야 할 가장 더러운 너덜길이다.

낙엽이 쌓여 발이 푹푹 빠지고, 온통 험악한 바위 투성이다.

밤골, 인수계곡, 숨은벽 계곡 너덜길은 저리가라다.

 

결국 축축한 바위 표면을 걷다 미끈한다.

넘어지지않으려 애쓰다 왼쪽 발목이 꺽였다.

바위 밑 낙엽더미에 풀썩...

낙엽이 오히려 쿠션 역할을 해준다.

세번째 경고다. ㅠㅠ

 

세번의 경고...

 

산이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무언가에 익숙해지기 시작할 무렵

사람들은 조심성을 잃기 시작한다.

 

사랑할 때도 마찬가지다.

익숙해진 연인들...함부로 대하기 시작한다.

 

회사에 익숙해질 무렵 신입사원 시절의 조심성은 사라진다.

 

군대사고는 이등병이 내지 않는다.

군에 익숙해지는 상병들이 많이 사고친다.

 

초선의원은 국민을 두려워할줄 안다.

3선을 넘기기 어려운 이유는 정치에 익숙해져

국민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가 중반을 넘기 시작하면 사고가 많이 난다.

경험이 쌓이면서 더 잘해야 되는데

통치가 익숙해면서 조심할줄을 모른다.

모든 정보가 집중되면서 본인이 최고로 생각한다.

 

이번 산행의 후유증으로 드러누울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도 온몸이 쑤신다.

 

이번 산행의 가르침으로

아픈만큼 성숙해지길 내 자신이 바란다.

댓글 18개:

  1. 오랜만에 뵙습니다.



    늘 안산하시고 즐거운 산행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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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산행하셨군요~

    오늘은 날이많이차답니다^^

    좋은하루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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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이리시~ - 2010/12/07 08:05
    오늘은 정말 추운거 같습니다...

    건강한 하루 보내십시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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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정말 산에서는 눈깜짝할 사이에

    미끄러 지더라구요 ㅠ.ㅠ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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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와 멋진 꼭 인생에서 명심해야할 사항입니다

    너무 재밌고 가슴이 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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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자연만한 위대한 스승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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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유리 - 2010/12/07 09:07
    정말 조심조심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유럽의 산들은 바위가 없어 미끄러질 일이 없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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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하수 - 2010/12/07 10:13
    자연에서의 배움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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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대빵 - 2010/12/07 05:37
    안산, 즐산이

    안전한 산행, 즐거운 산행의 줄임말 이란 것을 알게되고...

    단어사용이 익숙할 즈음이 위험한 시기더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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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절벽이 아찔 하네여.^^;;

    조심히 산행 하시길 바랍니다.

    추천,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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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산에게 한수 가르침을 받네요. 산행하실 때 조심조심 다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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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클라우드 - 2010/12/07 13:24
    만사에 조심해야겠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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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쿤다다다 - 2010/12/07 16:19
    방심은 금물임을 깨달았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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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용미댁 - 2010/12/07 09:37
    만사 불여튼튼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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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발목은 괜찮으십니까. 삔것은 다반사지만 반실반실 돌 기에서 낙상은 정말 위험하지요.

    때와 장소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산의 모습이 정말 다채롭죠. 그래서 사람들이 찾는 것이겠고...

    한 번은 눈오는 날 계룡산에 갔다온후 몸살이 났었죠. 산을 탄 건지 미끄럼을 탄 건지... 미끄러지고 버티고... 한동안 다리가 후들후들... 재밌기도 했엇고 힘들기도 했었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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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어멍 - 2010/12/08 16:40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침을 맞고 있는데 조금 나아졌습니다.

    자연은 그대로인데 인간이 오락가락 하지요...ㅎㅎ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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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아우, 3번씩이나, 큰 부상이 없으신 것이 우선 다행입니다. 겸허함, 어디에서나 어느 때나 꼭 필요한 것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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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manga0713 - 2010/12/08 20:16
    걱정 감사합니다.

    눈이 많이 오네요.

    큰 피해가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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