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0일 화요일

최동원과 밥그릇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강직하거나 재주가 너무 뛰어나거나, 조직에서 튀면 남의 미움을 받는다는 말이다.

한국야구의 전설 최동원 선수를 떠나보내고 몇일을 먹먹하게 지냈다.

야구는 한국시리즈, 축구는 월드컵 정도에 관심을 갖는 수준의 스포츠팬이지만,

최동원선수의 운명은 한명의 스포츠스타 죽음 이상의 의미로 내게 다가왔다.


내가 가진 것이 많거나 권력을 쥐고 있을 땐 주변을 돌아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어려운 사람을 돌보기는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달콤한 성취에 취해서 즐기기 바쁘니까...

대한민국 사회에서 '사회공헌' 이라는 말은 참으로 무색하다.
대기업에서 간혹 재산을 헌납한다는 언론기사는 많이 나오지만 그것들이 어떻게 쓰이고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별로 없다.
홍보하기 좋아하는 그룹 홍보실에서 잘하는 일을 홍보 안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ㅎㅎ

발표만 무성한 사회...

불우한 선수들을 돕기위해 상조회 비슷하게 출발한 선수협 활동...
3당 합당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YS의 텃밭인 부산서구에서의 출마...

세상은 모난 돌의 출현을 용납하지 않았다.

자신의 모든 것인 야구계와 지역에서의 왕따...
의도적이든 아니든 동조자로 전락한 일반인들...

작금의 여러가지 상황과 맞물려 한국사회를 되돌아 보게 한다.

사람들은 변화와 개혁을 얘기하지만 나만은 예외 이기를 원한다.

사람들은 알고있다.
교사에게 촌지를 주는 것이 얼마나 나쁜가를...
내 아이를 특별히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것은 다른 피해학생을 낳는다는 것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일할 당시 촌지근절 운동을 시작하다 멈춘적이 있다.

나 역시 학창시절 촌지의 피해를 2번이나 당한 경험이 있어서 그 피해를 잘 알고 있었다.
어린 마음에 그 상처는 상당히 컸다.

고입 연합고사가 치뤄지던 중3 시절이다...
담임은 학부모를 상대로 상급학교 진학을 상담하는데, 교무실에서 항상 서랍을 열어 놓고 상담을 진행했다.
면담일에 촌지를 고민하던 어머니가 빈손으로 학교방문을 하고 온 다음날
나는 아침에 신문을 봤다는 이유로 전교 복도를 오리걸음으로 걸어야 했다.

학부모 상담이나 교육단체와 회의를 할 때도 촌지는 교육의 핵심문제로 거론되는 주제였고,
당연히 학부모와 대다수 교사들의 환영이 있을줄 알았다.

그러나...

엄청난 교사들의 반발만이 있었다.
선량한 대다수의 교사들을 도둑으로 모느냐고...

물론 선량한 대다수의 선생님들을 모욕할 생각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뜻은 이미 왜곡되고...
학부모 역시 부담스러워했다.
내 아이에게 영향이 미칠 것을 두려워 하며...
하나, 둘 발을 빼기 시작했다...

최동원 선수의 선수협 활동이 취지와 무관하게 구단의 반발을 불러오고,
동참했던 선수들도 하나둘씩 발을 빼고...
외로웠을 거다.
아주 많이...

항상 '최고'였던 최동원선수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거듭했던 무리의 후유증,
그리고 팍팍했던 시대와 충돌하며 밀려가기 시작할 무렵,
사람들은 새로운 스타에 열광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너무 쉽게 잊혀져 갔다.

게 한 마리를 항아리에 넣으면 항아리 밖으로 잘 나오지만 여러 마리를 넣으면 서로 발을 물고 늘어져 한 마리도 못나온다고 한다.
마치 게처럼 서로 물고 늘어지는 습성이 우리 사회, 조직에 만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남이 대신해주기 바라면서, 나서면 호응하고 응원하지는 못할 망정...
무시하고, 끌어내리는 형태가 지속되서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전관예우는 법조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부처 공무원 조직에도 만연해 있다.

공직자로서 정년퇴직을 하면 공무원 연금을 가지고 새로운 제2인생을 사는게 아니다.
산하기관, 공기업, 아니면 협회에 취직을 해야한다.
그동안의 인맥을 활용해서 몇년간 돈을 벌어야한다.
그러니 공기업, 관련 기업들이 변할 수가 없다.
뒤를 봐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후배들도 선배들을 예우한다.
자기도 나중에 그 자리에 가야할 미래 이므로...
갈 자리에 연연하는한 개혁은 할 수 없다.

한전 정전사태, 저축은행 사태 원인의 출발점이 여기에 있다면 과언인가?

사람들은 알고있다.
학교에서의 크고작은 비리를...
몸소 하나둘씩은 겪어봤다.
수학여행 비리부터, 친인척만의 족벌재단 운영의 비리 등
그래서 사립학교법을 만들자고 했다.
외부에서 한사람이라도 공익이사를 들여보내자고...
투명하게 학교운영의 출발점으로 삼자고...

그러나 밥그릇과 관련된 사학재단은 사생결단으로 막아서고...
피해는 알지만 다수의 국민은 침묵하고...

밥그릇과 관련된 프로구단들은 선수협을 아직도 무력화 시키려고 하고...
대다수의 선수들은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팬들은 무관심하고...

밥그릇과 관련해 민감한 언론재벌 등은 죽기살기로 미디어법을 통과 시키고...

당장 이해가 걸려있는 잘 차려진 밥그릇을 가진 기득권 집단은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한다.
잘차려진 밥그릇을 배고픈 사람들에게도 나눠주자며 기득권을 향해 외친

 최동원선수...

그가 또하나의 모난 돌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의 정신은 충분히 존경 받아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모난 돌들이 출현하고, 그만큼 사회는 아름다워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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