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8일 목요일

오적(五賊)이후 최고의 똥침 부당거래

오랫만에 묵직하면서 시원, 통쾌, 유쾌발랄한 영화를 봤다.

 

액션에 뛰어난 감독으로만 알던 류승완 감독의 재발견이다.

 

여배우 없이 황정민, 류승범, 류해진 세사람의 연기력으로 끌고 가는 구조도 탄탄하다.

 

오적(五賊)은 김지하 시인이 1970년 <사상계>라는 잡지 5월호에 발표한 장장 300여행의 담시(譚詩)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빗대 시대의 똥침을 날린 시다.

 

이후 기관에 불려가 피똥을 싸는 것은 시인이었다...ㅠㅠ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乙巳五賊) 이완용 등과 동급으로 비교했으니 높으신 분들이 얼마나 화가 났겠는가?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겄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길 하나 쓰것다.

..........

 

첫째 도둑 나온다 재벌이란 놈 나온다

 

귀뜀에 정보얻고 수의계약 낙찰시켜 헐값에 땅샀다가 길뚫리면

 

한 몫잡고

 

천(千)원 공사(工事) 오원에 쓱싹, 노동자임금은 언제나 외상외상

 

둘러치는 재조는 손오공할애비요 구워삶는 재조는 뙤놈술수 빰치겄다.

 

 

또 한놈 나온다.

 

국회의원 나온다.

손자(孫子)에도 병불(兵不) 후사, 치자즉 도자(治者卽盜者)요

 

공약즉 공약(公約卽空約)이니

 

우매(遇昧)국민 그리알고 저리멀찍 비켜서랏, 냄새난다 퉤 -

 

골프 좀 쳐야겄다.

 

 

셋째놈이 나온다 고급공무원 나온다.

 

되는 것도 절대 안돼, 안될 것도 문제 없어, 책상위엔 서류뭉치,

 

책상밑엔 지폐뭉치

 

높은 놈껜 삽살개요 아랫놈껜 사냥개라, 공금은 잘라먹고 뇌물은 청(請)해먹고

 

내가 언제 그랬더냐 흰구름아 물어보자 요정(料亭)마담 위아래로

 

모두 별탈 없다더냐.

 

 

넷째놈이 나온다 장성(長猩)놈이 나온다

 

부속 차량 피복 연탄 부식에 봉급까지, 위문품까지 떼어먹고

 

배고파 탈영한놈 군기잡자 주어패서 영창에 집어놓고

 

열중쉬엇 열중열중열중쉬엇 열중

 

 

마지막놈 나온다

 

장차관이 나온다

 

예산에서 몽땅먹고 입찰에서 왕창먹고 행여나 냄새날라 질근질근 껌씹으며

 

켄트를 피워물고 외래품 철저단속 공문을 휙휙휙휙 내갈겨 쓰고나서

 

어허 거참

 

달필(達筆)이다.

 

추문듣고 뒤쫓아온 말잘하는 반벙어리 신문기자 앞에 놓고

 

일국(一國)의 재상더러 부정(不正)이 웬말인가 귀거래사(歸去來辭)

 

꿍얼꿍얼,자네 핸디 몇이더라?

.......

 

꾀수는 그길로 가막소로 들어가고

 

오적(五賊)은 뒤에 포도대장 불러다가

 

그 용기를 어여삐 녀겨 저희집 솟을대문,

 

바로 그곁에 있는 개집속에 살며 도둑을 지키라하매,

 

포도대장 이말듣고 얼시구 좋아라

 

지화자좋네 온갖 병기(兵器)를 다가져다 삼엄하게 늘어놓고 개집속에서 내내 잘살다가

 

어느 맑게 개인날 아침, 커다랗게 기지개를 켜다 갑자기

 

벼락을 맞아 급살하니

 

이때 또한 오적(五賊)도 육공(六孔)으로 피를 토하며

 

꺼꾸러졌다는 이야기. 허허허

 

이런 행적이 백대에 민멸치 아니하고 인구(人口)에 회자하여

 

날같은 거지시인의 싯귀에까지 올라 길이 길이 전해오겄다.  

 

 

원문이 워낙 길어 내용을 생략 짜찝기 한 것을 용서하시라...ㅠㅠ

 

 

지금의 시대상황하고는 조금 달라졌지만...

 

권력집단에 대한 통쾌한 똥침을 날린 저항시다.

 

 

비판과 도전이 거부 당하는 시대...

 

이제는 포도대장이 오적을 넘어서 오히려 권력의 으뜸이 되버린 시대...

 

 

민주화 이후 오히려 인권이 유린 당하는 시대...

 

모 광고 CF마냥 '참 좋은데...말하기도 그렇고...'

 

'참 나쁜데...이건 아닌데...말하기도 그렇고...'

 

 

이러한 시기에 2010년대의 새로운 오적시가 나타났다.

 

'부당거래'

 

영화내용을 쓰면 스포일러일 수 있으므로 내용은 생략...^_^

 

 

너무나 현실적인 묘사로 풍자라 하기에 오히려 머쓱한 영화다.

 

지역유지, 재벌, 권력과 언론의 밀착...

 

지금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재진행형 비리들이다...

 

 

모두 눈 감고 큰소리 치지 못하는 시대에

 

시원한 똥침을 날린 것 같아 즐거운 영화였다.

 

 

오버하지 않고 자연스러우면서 능청맞기도 하고, 비굴하기도 한

 

철기 형사반장역의 황정민의 연기력에 감탄한다.

 

 

시간을 내서 찾아볼만한 영화다.

 

 

댓글 18개:

  1. 아아.. ㅋㅋ 법영화인데 법지키는 놈은 하나도없는 영화.. ㅎㅎㅎ 평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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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하하하!

    제목 아주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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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언알파 - 2010/11/18 08:48
    법을 만들거나 집행하는 사람들이 법을 안지키는 사회...암울하지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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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대빵 - 2010/11/18 08:56
    보는 동안 시원 통쾌했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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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어디 한번 찾아봐야겠군요.

    명줄만큼 중한 게 밥줄이라지만 그래도 정보나 민도가 그때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모두들 제 앞길만 챙기기 바쁘지만 지금이 훨씬 낫고 희망이 있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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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저도 이 영화 볼려고 다운 받을 수 있을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가 새겨 읽을 수록 딱 맞는 이야기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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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어멍 - 2010/11/18 15:44
    ㅎㅎ 역사는 그래도 진보해 나가야지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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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Phoebe - 2010/11/18 17:43
    요즘은 굿 다운로더라고해서 일찍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더군요.

    즐겁게 보실 수 있는 영화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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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Hi buddy would it be ok if we took some info from here to use on one of my blogs? all the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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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와우~~

    보고 싶네요.

    이시대에 시원하게 똥침줄 영화라니

    더 땡기는데요?ㅎㅎ

    황정민의 재미있는 연기..

    또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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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시집이 집에 3권이나 있어요

    저 시도 시집에서 직접 읽었는데

    이렇게 읽으니 또 느낌이 다르네요



    김지하씨의 시가 거칠면서도

    속이 시원해지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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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carol - 2010/11/19 03:37
    미국에서도 동시개봉을 하면 좋은데 말이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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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유리 - 2010/11/19 04:00
    젊은 시절하고는 조금 달라지셨죠...ㅎㅎ

    밀린 나라들 이야기 빨리 포스팅해주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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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trackback from: 북한과 재벌들의 공통점?!
    왜곡된 힘이 갖는 공통분모?! 몇일 전인가 들려오는 소식 중 -이미 기정 사실화 되었던 것이긴 하지만- 눈에 띄는 것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사실 북한과 삼성이 공통점이라고 제목을 할까하다가 생각을 해보니 꼭 삼성 뿐만이 아니라 알고 보면 이 나라의 재벌들 행태가 별반 다르지 않더군요. 그래서 제목을 재벌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언급하려고 하는 그 공통점이란 제 생각이라기 보다는 보통 이야기 되는 -보이지 않는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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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이 영화도 봐야겠네요. ^^

    재벌과 권력이라는 키워드의 공통분모로 트랙백 남기고 갑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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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그별 - 2010/11/22 17:48
    좋은 글 잘봤습니다.

    힘 없는 대중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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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trackback from: 부당거래 '무능한 경찰은 모두의 탓인지도..'
    부당거래 Bad deal 2010 이 스포일러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분을 고려해 결말 내용이 포함되어있지 않으니 안심하고 보시길.. 이 영화는 얼마전부터 시작된 광고를 보고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렇게 주목을 끌지 못했던 영화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영화관에가서 볼만큼 흥미가 가지 않았지만 놀러온 사촌과 친구와 함께 모처럼 극장에 가서 딱히 더 재밌어 보이는 것이 없어 보게 된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인상은 상당히 깊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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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Do you people have a facebook fan page? I looked for one on twitter but could not discover one, I would really like to become a f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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