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30일 월요일

스승의 명예퇴임과 김태호의 자진사퇴

지난주 목요일(8월 26일) 고교은사님의 퇴임식에 다녀왔다.

 

정년은 5년 정도 더 남았는데 몸이 편찮으셔서 명예퇴임을 하시게 되었다.

병명은 파킨스씨병으로 말씀을 하시기가 불편하신 상태였다.

 

80년대 초에 담임을 처음 맡으시면서 인연을 맺게되었는데...

윤리과목을 담당하셨는데 철학을 아주 쉽게 설명해주시던 것이 기억난다.

 

총각시절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셨는데 자취방에는 드러누울 정도의 공간을 빼면 온통 책으로 방안이 가득하였다.

 

졸업이후 연락을 꾸준히 하지는 못했고, 간혹 소식을 듣는 정도였다.

전교조 설립 당시 활동하시다 고생을 많이하시고, 어렵게 복직해서 정열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던 중 작년에 사모님을 여의시고 몸이 편찮아 지신 것 같다.

 

퇴임식장에서의 말씀이 아련해서 서두로 꺼내봤다.

 

"여러분은 나처럼 빨리빨리 살지 말기 바랍니다. 천천히 인생을 즐기면서 느릿느릿 하시기 바랍니다.

마누라도 일찍 보내고, 건강도 일찍 버리면서 빨리빨리 살아온 나의 전철을 밟지 마십시오."

 

달변이셨던 분이 지팡이에 의지해서 어눌한 말투로 말씀을 이어가시는데 가슴이 찡해져 왔다.

 

보좌관 생활로 시작해 도의원, 군수, 도지사까지 숨가쁘게 살아온 김태호 국무총리후보자. 이제는 사퇴자...

 

정말 빨리빨리 살아온 사람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가난한 시골 소장수의 아들로 태어나 농약병의 영어는 알아야한다며 계속한 공부...

도의원에서 도지사까지...

코리안드림의 본보기가 될만한 스토리를 가졌다.

 

동네 이장에서 군수, 장관, 도지사를 하고있는 김두관 도지사에 비견할만한 이력이다.

 

그런데 빨리빨리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그는 옆과 뒤를 돌아보지 못한 것 같다.

 

처세와 눈치...

역경과 도전...

감동의 뉘앙스에 차이가 있다.

 

어떤 자리에 올랐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실천했는냐가 정치인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요즘 그러한 정치인이 드물기 때문에 조금만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한다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데...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말을 둘러댄 정치인치고 살아남은 사람은 드물다.

물론 몇몇 있기는 하지만...

 

정직과 신념...

김태호 후보가 앞으로 명심해야할 단어다.

이 단어를 명심해야 살아 남는다.

 

집안이 부유하지도 않고, 변변한 돈벌이를 하지 않은 사람이 정치를 하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의 후원이 없으면 움직일 수가 없다.

술 한잔, 밥 한번이 다 돈이기 때문에...

 

깨끗한 정치를 하라고?

 

지역에서 밥 한번, 술 한번 더 산 부자를 이기기 어렵다.

유권자의 의식이 깨어야 하지만, 지방일수록 돈선거의 유혹을 떨쳐버리기는 쉽지않다.

 

김태호후보는 정직했어야 한다.

 

보좌관, 도의원, 군수, 도지사... 직위가 높아질수록 주위에 혜택을 줄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업자들도 몰려들기 마련이다.

10억을 주면 100억의 이득을 취할수 있다면 어느 누가 투자를 하지않겠는가?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데 몇천만원, 몇억을 쏟아붇고 중요 보직으로 이동하거나 승진을 하고 싶지않겠는가?

 

이번 청문회과정에서 본인은 많이 억울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억울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세대교체의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김태호후보자를 보면서 때론 느림의 미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공익과 사익의 구분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연합포토>

 

앞으로 이명박정권내에서 공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공익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길이 김태호 후보자가 다시 살아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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