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7일 금요일

인간 영화 '똥파리' - 사람 사는 이야기 1

 

1980년대에 ‘인신매매’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사람을 납치해서 돈을 받고 거래를 하는 것 이지요.

터미널이나 역 주변에서 승합차에 강제로 태워서 납치하는데, 여자는 성매매업소나 유흥가에 남자는 새우잡이 배에 보내곤 했지요..

한번 잡혀가면 탈출하기가 쉽지 않아 행방불명된 딸들을 찾아 집창촌을 가족들이 뒤지고 다니기도 했지요...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달리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랄까?

 

요즘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대학등록금을 벌기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유흥업소로, 고기잡이배로 알바를 뛰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현실을 애써 무시합니다....똥파리 피하듯이

하긴 요즘 아이들은 똥파리를 구경하기도 힘듭니다...재래식 화장실을 찾기 힘들어진 세상이니까요...

 

우리 이웃에서 분명 일어나고 있는 일들인데 모른척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성매매여성을 교화한다고 꽃꽂이, 미용기술을 가르쳐 내보내면 그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갈까요?

길거리에 넘쳐나는 붉은 등과 그 업소에 일하는 수많은 여성들이 존재하는데 애써 외면합니다....마치 없는 것처럼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부자들이 정책을 만들면서 말이죠....

현실을 인정해야 원인을 알고 대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영화 똥파리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신용불량, 사채업자, 용역, 폭력.......

현재도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이야기입니다.....

용역회사 건달들이 경찰과 손잡고 서민을 진압하는 세상......용산참사는 현재진행형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애써 피합니다....

 

많은 분들이 영화가 불편하다고 하네요...욕이 너무 많다고....

어설픈 조폭 영화의 상스런 욕들에 비하면 너무 현실적입니다...동네 뒷골목에서 들을 수 있는....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봤습니다...전 감동 먹었습니다...

 

가정폭력과 국가 폭력이 겹쳐 떠오르더군요...

폭력은 너무나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남겨줍니다.....

직간접적으로...

 

 

독립 극영화로는 처음 관객 수 10만(13만명)을 돌파한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에는 상훈(양익준)과 연희(김꽃비), 상훈의 유일한 친구이자 정 많은 용역업체 사장 만식, 욕을 먹어도 웃음을 버리지 않는 후배 환규, 누나 연희의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상훈을 따라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영재 등이 등장합니다....

 

 

한가지 옥의 티라면 우물쭈물 하지마라고 가르친 영재가 상훈을 우발적으로 덮치는 장면은 너무 갑작스러워 당혹스럽습니다..

아무리 우발적이라지만 그런 사건을 벌일만한 원한이 쌓이지는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전에 치명적인 원한관계나 앙금이 남을 만한 사건이 있었으면 이해가 되었을텐데...

  

최근에 이 영화는 10개 국제 영화제에서 13관왕을 차지했답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숨 막히는 인생을 표현하는 영어 제목 'Breathless'처럼 영화는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숨을 편히 쉴 수 없게 만듭니다..

 

왜 영어제목을 'Breathless'라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1959년 장 뤽 고다르가 만든 걸작 <네멋대로 해라>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리처드기어 주연의 <브레드레스 Breathless> (1983)가 생각납니다...

 

한창 때의 미끈하고 팔팔한 리차드 기어가 알몸으로 나오는 등 거침없는 행동의 반항아 제시를 연기하는데 마지막 장면에 그가 돌아서서 춤을 추며 경찰을 현혹시키다가 죽음을 택하는 장면에서의 연기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일시적인 쾌락으로 삶의 혼돈과 불안을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현실 앞에 무너지는 현대인의 분열증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걘적으론 당시 만해도 미성년자관람불가 영화가 철저히 지켜지던 때라 서울을 벗어나 의정부까지 가서 관람했던 기억이 새롭네요.....ㅎ ㅎ

 

근데 둘이 닮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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