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8일 수요일

창업도 생각해보자! 이런 사람도 있다...(5)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백수들 모여 놀자" 차린 사무실서  대박

 

 

사표를 제출하고 나니 아쉬움보다는 홀가분함이 앞섰다.

새 주인이 된 채권단에 모든 경영 관련 자료를 막 넘겼다. '패장'으로서 해야 할 일도 끝마친 터.

이제 지난 2년간 심신을 짓밟았던 '망한 회사의 경영진'이란 멍에를 내려 놓아도 되지 않을까.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52 · 당시 대우자동차 전무급 상임 경영고문)은 새 천년을 하루 앞둔 1999년 12월31일 이렇게 회사를 떠났다.

한국생산성본부 컨설턴트로 일하던 1990년,33세의 나이에 이사급 경영고문으로 대우차에 합류한 지 꼭 10년 만이었다.

 

퇴직 후 계획은 없었다. 당분간 '백수'로 지낼 요량이었다.

 

"한 달 정도 지났을까요. 함께 백수가 된 대우차 기획실 부하 직원들 소식이 들려 오더군요. 다들 김밥집을 하겠다는 겁니다. 젊고 똑똑한 친구들의 미래가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일단 사무실 하나 차릴테니 모여서 같이 놀자고 제안했습니다. "

 

이 때가 2000년 2월.셀트리온의 지주회사격인 넥솔의 첫모습은 사실상 대우차 기획실 출신 10여명이 모여 만든 '백수 클럽'이었다. 하지만 처자식 있는 가장들이 언제까지나 놀 수는 없는 일.

백수들의 놀이터였던 넥솔 사무실은 어느새 '신사업 기획실'로 바뀌었다. 수많은 사업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토론과 토론을 거쳐 생명공학이 유망하다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

서 회장은 곧바로 짐을 꾸렸다. 전 세계 바이오 강국을 돌아다니며 어떤 사업 기회가 있는지 알아보는 대장정을 떠났다.

 

"2000년 5월부터 1년 넘게 미국 서유럽 일본 중국 등 40개국 이상을 훑었습니다.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죠.서울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 간절했지만 '뭔가 건져오겠지'하며 기다리는 동료들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어요.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전 세계를 떠돌던 서 회장에게 글로벌 바이오 기업인 미국 바이오업체 제넨텍이 당시 한창 개발 중이던 에이즈 백신 생산 장소를 물색한다는 소식이 날아 들었다.

 

"제넨텍이 에이즈 백신 때문에 고민할 것이란 사실을 간파했습니다. 에이즈 백신을 대량 생산하려면 수천억원을 들여 동물세포 배양시설을 지어야 하지만 에이즈 백신의 주요 판매처는 아프리카 같은 저개발국이거든요.

자칫 손해보는 장사가 될 상황이었죠.이 점을 파고 들었습니다. '기술을 전수해주면 에이즈 백신 생산은 우리가 전담하겠다. 그러면 너희는 수익성 높은 항암제에 집중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

 

셀트리온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 때가 2002년 2월이었다.

제넨텍으로부터 전 세계 11개 업체만 보유하고 있는 항체치료제 제조 기술을 전수받기로 한 만큼 시설비 3000억원을 마련해 5만ℓ급 공장을 짓는 일만 남았다.

 

서 회장을 비롯한 넥솔 임직원은 일가 친척들의 돈까지 끌어모아 200억원을 마련했다. KT&G와 일부 투자업체들로부터 수백억원을 출자받았다. 여기에 대출 등을 합치니 얼추 공사비가 마련됐다.

 

그러던 중 제넨텍이 에이즈 백신 개발에 실패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셀트리온에 40% 지분 투자를 했던 제넨텍은 철수했다. 그렇지만 항체 치료제 생산기술은 고스란히 셀트리온에 남았다. 게다가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할 공장도 완공됐다. 셀트리온으로선 자유롭게 다른 의약품을 생산할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첫 손님은 2005년에 찾아왔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BMS가 앞으로 10년간 20억달러어치의 바이오 의약품(관절염 치료제) 생산을 위탁한 것.셀트리온은 이 계약만으로 지난해 매출 820억원에 320억원의 영업이익(영업이익률 39%)을 거뒀다.

 

셀트리온은 2011년부터 특허가 만료되는 유명 바이오 의약품에 대한 복제약을 선보일 계획이다. 2015년부터는 신약도 내놓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15년까지 연매출 1조2000억원에 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는 회사로 만드는 게 서 회장의 목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입니다. 바이오 문외한인 제가 제넨텍의 기술을 넘겨 받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망한 기업의 임원 출신이 3000억원을 끌어모으리라고 예상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열정은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는 해법을 안겨줍니다. "

 

 

셀트리온은 주식시장에서 인기종목으로 꼽힌다. 포브스는 셀트리온의 주가가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주당 12달러를 기록, 시가총액이 13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 결과 서 회장의 재산은 최소 2억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포브스코리아는 지난달 서 회장을 ‘한국의 100대 부자’ 가운데 48위에 올려놓았다.

 

셀트리온은 현재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판매되는 단백질의약품(항체) 중에서 2007년 기준 매출액이 1조원 이상인 제품에 관한 바이오 시밀러 제품을 개발 중이다. 제품은 2011년부터 본격 출시될 예정이다. 2015년 바이오 시밀러시장 규모는 40조원까지 예상된다.

 

댓글 2개:

  1. trackback from: 서민에게 죄악세, 부동산부자는 감세
    서민들에게는 죄악세를 물리고, 부동산 부자들에게는 종부세,재산세 ,양도세 감세하고.... 대규모 감세와 경기침체로 인해 부족해진 세수를 메우기 위해 '증세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종부세나 재산세, 양도세 등 이른바 부자를 상대로한 세금은 내리고, 담뱃세나 주세등 서민들을 상대로한 세금을 올리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세를 준 집주인에게는 전세임대소득세를 부과한다고 준비중이다. 또 술과 담배에는 이른바 죄악세라고 해서 과세를 하려고 준비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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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7월 둘째주 매매 수익률과 매매일지
    2009년도 하반기가 들어섰다. 상반기와는 다르게 조금씩 매매감각을 늘려가면서 자금운용도 조금씩 달리하는 중이라.. (운용자금을이조금씩 늘수록 매매 패턴도 달라지고있다..) 보수적이고 조심스런 매매를 하고 있다. 상반기에 86%정도 수익이 났지만 하반기에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매매하면서 상반기의 절반정도로만 올리는 것을 목표를 낮게 잡았다. (한 40%만 올려보자) 6월 하반기부터 장상황이 변하면서 중소형주의 움직임이 안좋았다. 7월 1/3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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